우리 사회에서 ‘안전망’이란 단어는 종종 추상적으로 쓰입니다. 예를 들어, “사회안전망을 강화하자”라는 표현은 정치인들의 연설이나 신문 사설에서 흔히 등장하죠.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사회안전망(Social Safety Net, SSN)’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리고 왜 이에 대해 명확한 합의나 통일된 정의를 내리기 어려운 걸까요? 이번 글에서는 SSN의 개념과 정의상의 어려움, 그리고 이 개념을 둘러싼 논쟁에 대해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겠습니다.
우선, 사회안전망이란 빈곤과 취약성을 겪고 있는 가족 및 개인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국가나 사회가 제공하는 비기 여성 지원(non-contributory support)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여기서 ‘비기 여성’이라는 표현은 국민연금처럼 수혜자가 미리 기여금을 납부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와 달리, 별도의 납부 이력이나 자격 요건 없이 지원이 제공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즉, 불가피한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생계나 기회를 보장하는 ‘최후의 보호막’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SSN의 구체적 사례에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포함됩니다. 먼저, 기초생활보장 제도처럼 직접적인 현금 이전을 통해 생계를 지원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이 현금 지원은 조건부 또는 무조건 이뤄질 수 있는데, 조건부 현금 지원은 학교 출석이나 예방 접종 같은 특정 조건을 충족할 때만 수령할 수 있는 형태이고, 무조건적 지원은 아무 조건 없이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또한 식량 지원, 의료비 수수료 면제, 공공 일자리 프로그램, 학교 급식 프로그램, 이전에 기여하지 않아도 받는 사회 연금(social pensions) 등 다양한 형태의 현물지원과 서비스 제공이 사회안전망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이렇게 다양한 제도와 프로그램이 모두 사회안전망의 범주에 들어가는데, 정작 SSN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정확하고 통일된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비교적 포괄적으로 SSN을 정의하고 있지만, 국제노동기구(ILO), 아시아 태평양 경제 사회 위원회(ESCAP), 그리고 수많은 학자와 기관마다 조금씩 다른 관점과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요?
그 이유는 각 국가나 기관이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바라보는 관점, 목표, 이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국가는 빈곤층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어떤 국가는 취약계층의 사회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조건부 지원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나라는 재정 부담 최소화를 중요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요. 이런 배경에서 한 가지 ‘SSN’ 정의를 모든 경우에 적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이 때문에 일부 학자들은 아예 “SSN이라는 용어 자체를 사용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각 연구나 정책 분석에서는 결국 SSN이라는 포괄적 개념보다는 그 안에 포함된 특정 프로그램들(예: 조건부 현금 이전, 학교 급식, 식량 쿠폰 등)을 개별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더 실질적이라는 것입니다. 즉, SSN이라는 넓은 우산 아래 온갖 다양한 제도가 섞여 있다 보니, 용어 자체가 명확한 기준점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비판입니다.
실제로 연구자들은 빈곤 완화, 사회적 포용, 식량 안보, 교육 기회 확대, 공공 건강 증진 등 다양한 사회안전망 프로그램의 효과를 측정할 때, 개별 프로그램 단위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SSN이 빈곤 개선에 효과적인가?”라는 추상적인 질문보다는 “조건부 현금 이전 프로그램이 아동 영양 상태 개선에 얼마나 기여했는가?” 또는 “학교 급식 프로그램이 초등학생 출석률을 얼마나 향상했는가?” 같은 구체적이고 측정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죠.
또한 사회안전망이라는 개념은 사회 보호(Social Protection)나 사회보장(Social Security) 같은 다른 개념들과도 겹칩니다. 사회 보호는 취약 계층을 보호하고 불평등을 완화하는 모든 정책을 포괄하는 상위 개념처럼 쓰이기도 하고, 사회안전망은 그 안에 포함되는 일종의 하위 개념으로 이해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절대적인 합의가 있는 건 아니며, 국가나 국제기구에 따라 개념의 경계선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그렇다면 이런 개념적 혼란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우선, 사회안전망을 논할 때, “어떤 맥락에서 누가 어떤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가?”를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정 연구나 정책 문서에서 SSN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면, 그 문맥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SSN으로 분류하고 있는지, 또 어떤 성과를 기대하는지 명확히 살펴봐야 합니다. 이렇게 구체적인 정책 대상과 맥락을 파악하면, SSN에 대한 불필요한 개념적 혼란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SSN이라는 광범위한 용어보다는 개별 프로그램의 실효성, 정책 설계, 표적화(대상 선정) 방식, 재정 지속 가능성, 시민 참여 및 모니터링 체계 등의 구체적 측면을 중점적으로 분석하는 접근이 더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정책 입안자나 연구자는 프로그램별로 목표와 성과 지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토대로 비교할 수 있고 체계적인 검토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결국 사회안전망이라는 개념은 대단히 유용하고 중요하지만, 그 자체로는 매우 넓고 모호한 개념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용어를 사용할 때는 맥락을 분명히 하거나, 또는 해당 개념 안에 속하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으로 초점을 맞추어 논의하는 편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SSN이라는 용어가 다양한 제도, 다양한 사회적 배경,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관점을 반영하다 보니 딱 떨어지는 단일 정의를 갖기 어렵다는 점은 오히려 이 개념이 얼마나 다면적이고 복잡한 사회 문제와 맞닿아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앞으로도 사회안전망에 대한 논의는 지속될 것이며, 국가와 국제기구, 학자들 간의 개념적 다툼은 쉽게 정리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는 사회안전망이 지향하는 기본적인 목표 즉, 취약하고 소외된 이웃들의 삶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사회 전체의 안정과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용어의 불명확성에 매몰되지 않고, 실제 삶을 개선하는 데 유용한 도구로 SSN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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